국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87곳의 1년 농사를 평가하는 경영평가단 단장이 지난해 공공기관들로부터 1000만 원이 넘는 경영 평가 자문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팀으로 뛰던 코치가 심판으로 전직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기업 평가단장으로 임명된 A 교수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공기업들에 경영 평가 전문가 조언을 해주고 자문료 118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단장 임명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단장 임명에 대해서는 경제적 대가 수령에 대한 별도 지침이나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2023년 평가단 운영 규정 개선안을 마련해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3년간 9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인물은 평가위원으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막상 평가단을 이끄는 단장에 대해서는 이 같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관을 직접 접촉하는 위원들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만 단장은 전문성이나 리더십이 중요하고 위원들과는 역할이 달라 차별화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장 선정 절차도 문제다. 평가위원들은 기재부 모집 공고를 통해 선발되지만 평가단장은 별도의 응모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 없이 임명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단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단장은 기관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위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 교수는 “평가단장은 운영 업무를 맡을 뿐 성과급 등과 관련된 개별 지표에 대한 업무는 수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임 의원은 “공정한 평가단 구성이 중요하지만 현재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규제가 부실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책임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경영평가 제도를 확립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단 구성 및 운영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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