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강남 일대의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 대한 구역 해제를 단행한 지 35일 만이다. 규제 완화 이후 집값 불안 양상이 뚜렷해지자 대상을 강남 전체와 용산구까지 확대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달여 만에 정책을 뒤집은 것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성급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는 19일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 가구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 아파트 매수자는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달 24일부터 체결한 아파트 신규 매매계약분부터 바로 적용된다. 지정 기간은 9월 30일까지 6개월이며 필요할 경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집값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경우 마포·성동구 등 인근 지역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정부는 시장 과열이 발생하는 곳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신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규제 지역에 포함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축소되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또 수도권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갭 투자’ 관련 조건부 전세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7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유주택자 주담대를 막는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서울의 가계대출은 구별로 관리하고 7월로 예정돼 있던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 하향을 5월로 앞당긴다. 정책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경우 대출금리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처럼 부동산 정책을 180도 전환한 것은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짧은 기간에 정책을 번복하게 되면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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