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차세대 에너지원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 중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 조건을 낮춰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오현철 화학과 교수와 김자헌 숭실대 교수, 독일 헬름홀츠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영하 153℃에서에서 중수소와 수소를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물질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을 모방해 중수소를 합쳐 헬륨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도 기대받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2040~2050년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핵심원료인 중수소는 일반 수소와 섞여있어 이를 분리하려면 영하 253℃의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골격체(MOF)를 활용해 스펀지처럼 중수소만 빨아들여 분리해내는 방법도 있지만 여전히 영하 193℃ 이하의 온도가 필요해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무게가 다른 중수소와 수소를 서로 다른 속도로 통과시켜 중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는 새로운 MOF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중수소 분리에 필요한 온도를 비교적 높은 영하 153℃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는 LNG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인 영하 162℃보다 높아 LNG 생산시설을 중수소 분리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 교수는 “ 기존 초극저온 증류법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높은 분리 효율을 가졌다”며 “작동 온도가 천연가스 응축 온도 이상이라 기존 LNG 생산 시설에 바로 결합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