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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철수설' 한국GM "전기차 규제 완화" 비공개 압박

환경부·완성차 9곳 회동 자리에서

전기차 보급 미달 과징금 부과 놓고

한국GM "과도한 요구" 거센 항의

트럼프發 규제완화 흐름과도 엇박자

전문가 "정책적 유연성 발휘할때"

헥터 비자레알(왼쪽) 한국GM 사장이 지난달 28일 쉐보레 신촌 대리점을 찾아 현장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GM




한국GM이 정부에 전기차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장벽 영향으로 한국GM이 우리나라에서 생산 시설을 전부 이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 규제가 한국 철수 여부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달 6일 한국GM을 비롯해 현대차·기아·벤츠·BMW·토요타 등 9개 자동차 업계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환경부가 마련한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한국GM은 이 자리에서 이 목표제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최근 경영 환경이 위축되고 통상 등 대외 여건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무공해차 생산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한국 시장에서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한국GM 측의 주장이다.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는 환경부가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시행한 제도다. 3년간 연평균 판매 대수가 10만 대 이상인 기업은 전체 판매량의 일정 이상 비율을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하고 이 목표치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과징금은 당초 2023년부터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업계 반발에 따라 3년 유예돼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만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파열음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GM의 경우 이 규제를 사실상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 전기차 생산 시설도 없는 데다 미국 본사조차도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미국 본사를 찾아가 전기차 생산 물량 배정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전기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급목표제를 충족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국내 공장 활용도와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해 GM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GM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외통수에 걸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내연기관차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환경 규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일종의 엇박자가 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일관성 있는 경영계획을 짜기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GM 본사가 한국에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GM처럼 고용과 투자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은 일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캐즘(수요 일시 둔화) 상태에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쳐 있다”면서 “해외에서 전기차 보급에 대한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 전기차 의무화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가지고 정책적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시행을 더 유예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GM의 국내 철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만약 한국GM이 2028년에 철수를 결정할 경우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과거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2027년까지 한국 시장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연간 49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고 1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전후방 산업에 막대한 파급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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