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인공지능) 서비스가 대표적인 전문직인 변호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둔데 이어 의사 자격 시험에서는 실제 의사들의 평균 점수를 뛰어넘었다. 인간 대신 AI가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2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이 자체 개발한 '한국형 의료 거대언어모델'(LLM)'은 최근 3년간 한국의사국가고시(국시)에서 평균 정답률 86.2%를 기록했다. 실제 의사들의 평균 정답률(79.9%)을 뛰어넘은 결과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의료 거대언어모델이 주로 서구권 의료 지식에 최적화돼 한국어 의료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3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서울대병원은 병원 내 입원 초진, 외래 기록, 수술·처방·간호 기록 등 임상 텍스트 3800만 건을 활용해 '한국어 의료 말뭉치'를 구축하고, 이를 가명화·비식별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 의료 관련법, 국문 논문 초록, 학회 진료 지침 등을 통합하고, 의학 용어 약어 사전과 용어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대병원은 향후 이 거대언어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언어모델 개발을 주도한 이형철 교수(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는 "거대언어모델 기술은 의사들의 업무를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을 한층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시험에서도 AI의 도약이 주목 받았다. 최근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는 자사가 개발한 AI 법률 비서 서비스 ‘슈퍼로이어’가 지난 1월 치러진 제14회 대한민국 변호사시험에서 74%의 정답률을 기록해 합격점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시험 과목인 공법과 민사법, 형사법 등 객관식 문항 150개에서 111개를 맞춰 최근 5년간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 개수(103개)를 넘어섰다. 변호사시험 전문 기관 예측 기준으로 올해 상위 30% 정도에 해당하는 점수다. 슈퍼로이어는 지난해 7월 법률가를 대상으로 출시된 생성 AI 기반 서비스다. 로앤컴퍼니는 비영어권 국가 중 자국 언어로 AI 서비스를 활용해 변호사시험 객관식 전체 영역을 풀어 합격권에 든 것은 슈퍼로이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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