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약 48억 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주식을 매입한다. 한화에어로가 3조 6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가가 급락하자 경영진이 사재를 털어 주식 매입에 나서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선 김 부회장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에어로의 ‘퀀텀 점프’를 확신하고 나서 주주들의 신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한화에어로는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 주식을 약 30억 원(21일 종가 기준 약 4900주) 규모로 매수한다고 23일 밝혔다. 또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9억 원(약 1450주), 8억 원(약 1350주) 규모로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김 부회장과 손 대표, 안 사장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에서 각각 30억 5800만 원, 9억 1100만 원, 8억 4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경영진이 한 해 연봉에 해당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전부 쏟아붓는 것이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개장되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경영진은 한화에어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데다 유상증자 후 고성장을 자신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한화에어로는 20일 이사회에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6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1조 7319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에 대해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표출한 것이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공시 후 기업설명회를 열어 유상증자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시장의 투매는 진정되지 않아 유상증자 결정 전 75만 6000원이던 주가는 21일 기준 62만 8000원으로 약 17%가 급락했다.
김 부회장 등 경영진은 24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에 따르면 경영진은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실제 욱일승천하는 성장세를 보여온 K방산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수순으로 가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협에 노출된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를 신속하게 공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첨단 무기 성능은 물론 신속한 납기와 가격경쟁력 등이 조명받았다.
하지만 K방산의 약진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유럽이 현재 20%에 불과한 유럽산 무기 비율을 2035년까지 60%로 높이는 ‘방산 블록화’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중동 국가도 자국 방산 기업을 키우기 위해 수입 규제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조선 분야에서 협업을 원하고 있는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에어로는 3조 6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해외 방산 거점(1조 6000억 원)과 해외 조선해양 생산 거점(8000억 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K9 자주포뿐 아니라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 차세대 핵심 제품군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수요가 늘어날 무인기용 엔진 개발(3000억 원) 등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한다. 한화에어로는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연결 기준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톱티어 방산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0년 동안 매출은 6.2배, 영업이익은 5.8배 늘리는 중장기 계획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유럽의 독자 재무장과 미국의 해양방산 및 조선해양 산업 복원의 큰 흐름 속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주식 매입을 통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회사와 주주의 미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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