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수직하강했던 롯데케미칼 주가가 최근 완만하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등했던 롯데케미칼 회사채 금리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 수준으로 내려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은 되레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그룹 전반의 신용보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변수로는 중국발 물량 확대, 유가 강세 장기화 등이 꼽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1일 6만 9300원에 거래를 마쳐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종가인 5만 7800원과 비교해 약 3달 사이 19.9% 상승했다. 위기설이 고조된 지난해 12월 9일 종가(5만 6400원) 대비로는 22.9%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0조 4304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은 8940억 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실적 악화에도 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배경으로는 롯데그룹 차원의 신용보강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감소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2021년 발행해 내년 4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 5년물 채권 ‘롯데케미칼 57-2’는 이달 20일 민평금리 2.971%와 비교해 11.0bp(1bp=0.01%포인트) 낮은 2.861%에 거래됐다. 이튿날인 21일에도 민평금리 대비 8.2bp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이 채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말만 해도 민평금리와 비교해 41.2bp 높은 금리로 거래되며 가격이 바닥을 향했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다른 채권 일부는 당시 거래 금리와 민평금리간 차이가 74.7bp에 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채권의 안정 흐름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가자들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현재는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채권은 발행 기업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질수록 금리가 올라가고, 반대 경우에는 금리가 내려가는 특성을 갖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핵심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신용보강을 했고, 올 들어서도 그룹 내 5개 상장 계열사가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열어 그룹 총자산이 183조 원을 넘긴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주가와 채권 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추후 변수로는 국제 유가와 중국 공급 물량이 꼽힌다. 고유가로 원재료값이 오르면 석유화학 업종 채산성이 악화하는데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 유가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물량 확대에 따라 공급이 넘쳐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대부분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후 미국의 석유 증산 정책이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프라 투자 회복이 있어야 업황 반등이 있을 수 있다.
악재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석유화학 업종의 리스크 요인을 주가가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현재 상승세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 주가로 8만 7000원을 제시했다. 이미 적자를 볼 것을 시장이 충분히 예상한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흑자 전환을 예상하면서 목표 주가 20만 원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부터 기초화학 업종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매출액 약 19조 4000억 원, 영업이익 2212억 원으로 흑자 전환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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