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를 시작으로 등록을 마감한 대학들이 미복귀 의대생 제적 절차에 착수했다. 의대생의 반발에 제적 카드까지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각 대학의 강경 대응이 현실화한 셈이다. 의료 교육 파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도 제적당한 학생을 구제해주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등록=제적’ ‘수업 불참=유급’이라는 원칙론을 통해 의대생들의 ‘단일대오’를 힘들게 깬 상황에서 유화책을 쓸 경우 의대생들이 상황을 오판해 지난해처럼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연세대는 의대 재적생 881명 중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398명(45.2%)에게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복귀율이 40% 미만인 것으로 알려진 고려대도 이날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먼저 제적 예정 통보를 했고, 25일 중으로 우편으로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낼 계획이다.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은 늦어도 26일까지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는 이미 가정통신문으로 안내를 했기 때문에 별도의 제적 예정 통보서는 보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학생들이 통보서를 받는 즉시 제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보서에는 특정 날짜까지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세대는 21일 미복귀 의대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24일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28일 오후 5시까지 등록을 마감하고, 등록하지 않을 경우에는 학적 유지가 불가능해 ‘제적’이라고 안내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수도권 대학 총장은 “학생들을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제적이라는 강경책을 쓴 만큼 학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 등록 마감 이후에도 학교에서 이들을 받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받은 이후에도 학생들의 복귀 움직임이 없을 경우에는 대학이 학생 구제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교육부도 제적된 학생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의대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미등록 제적 통보를 받는 학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제책은 없느냐는 질문에 “별도의 구제책은 없다”며 “제적 등 모든 학사는 여러 차례 말했듯 다 학칙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제적 사태의 대응책으로 각 대학이 일반 편입학이나 재입학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편입이나 재입학은 대학마다 (자율적) 학칙에 따르는 것”이라면서도 “정부로서는 현재 (7일 발표한) 의대 교육 정상화 대책 외에 다른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제적 우려에 등록만 하고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에도 학칙에 따라 유급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국장은 앞서 정부와 의대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3058명 동결의 조건으로 내건 ‘3월 말 전원 복귀’와 관련해서는 “앞서 밝혔지만 전원 복귀의 기준은 대학이 판단하되 수업이 가능한 상식적 수준이 될 것”이라며 “31일 기준으로 모든 의대의 복귀율을 취합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과 교육 당국의 강경 모드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며 “이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정부 입맛에 맞는 조건만 내거는 것은 사태 해결이 아니라 분노를 키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대생의 대규모 제적이 현실화하면서 의정 갈등이 한층 심화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대학과 당국의 강경책이 의대생 복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강압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제적 카드로 의대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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