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이 7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와 사교육비 등이 큰 폭으로 늘며 중산층의 실제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흑자액은 65만 75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만 8000원(11.8%) 줄었다. 2019년 4분기(65만 3000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70만 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세금·보험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통신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가계 여윳돈에 해당한다. 석 달간 중산층 가구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이 7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3분위 가구 흑자액은 4년 전 만해도 90만 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2년 3분기(77만 9200원) 이래로 2023년 2분기(77만 4500원)와 2024년 1분기(77만 4900원)를 제외한 8개 분기에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74만 50200원)부터는 3개 분기 내내 줄며 감소 폭이 확대됐다.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산층의 여윳돈이 쪼그라든 배경으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과 사교육비 부담이 꼽힌다. 지난해 4분기 3분위 가구 비소비지출은 77만 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8% 증가했다. 통계청이 가계 소득·지출 통계를 함께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고 증가 폭도 최대다. 이 가운데 이자비용은 10만 8000원으로 1.2% 늘었다. 4개 분기 만에 증가하며 다시 10만 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가 늘면서 일시적인 세금인 ‘비경상조세(5만 5000원)’가 5배 가까이(491.8%) 증가한 점도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교육비 지출은 13.2% 늘어난 14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율(0.4%)을 감안하면 유독 중산층에서 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나만 집이 없어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심리와 사교육비 부담 등에 짓눌린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산층 가구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사회계층 사다리에서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은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위소득 계층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이들 계층의 여윳돈 감소는 내수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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