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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유증신고서…"주주들과 소통 강화"

기업들, 당국 중점심사제 발맞춰

심사 기준별 투자 위험요소 제시

유증 당위성·권익 보호 등 담아

주주 반발에 성공 가능성 '미지수'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지속된 적자 경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증권신고서에 유상증자 결정 과정과 주주 소통 방안 등을 보다 자세히 기술하기 시작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이 있는 유상증자를 집중 심사하겠다고 고삐를 죄자 신고서 제출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투자 위험을 공개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한 셀리드(299660), 형지I&C(011080), 코어라인소프트(384470) 등 코스닥 3개사는 모두 증권신고서상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 ‘중점심사 유상증자 선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밝힌 유상증자 중점심사 선정 기준 7가지 항목에 맞춰 자사의 증자 비율, 재무 상황, 유상증자 추진 결정 과정 등을 기술했다.앞서 삼성SDI(006400)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증권신고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유상증자 당위성과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회사 정책을 설명한 부분이다. 지난해 8월 232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치고 약 8개월 만에 또 다시 242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셀리드는 유상증자 결정 당시 논의된 주주 가치 보호 계획을 이사회 의사록을 발췌해 제시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주주들과 유상증자 관련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전담 커뮤니케이션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기업공개(IPO) 당시 제시한 실적 목표와 현재 실적의 괴리율, 한계기업 가능성 등도 제시했다. 2023년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코어라인소프트는 2024년 매출 123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 추정했으나 실제 지난해 매출은 39억 원으로 괴리율이 68.13%에 달한다고 밝혔다. 형지I&C는 “결손금 누적과 재무상태 악화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 기업이 앞서 유상증자를 추진한 코스닥 기업들의 증권신고서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최초 신고서에서부터 담은 건 금감원이 예고한 유상증자 중점심사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공개한 선정 기준에 따라 투자 위험 요소와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심사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셀리드는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19일에 신고서를 제출한 형지I&C와 코어라인소프트 역시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셀리드는 앞선 한 차례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형지I&C와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 금요일 장 마감 후 기습 공시로 이날 각각 주가가 25.71%, 26.87% 하락했다. 또 일부 기업의 신고서 내용은 ‘노력하겠다’ 수준의 상투적 기술에 그친 경우도 있어 투자자 및 금융당국 설득에 난항이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형식적인 면에서의 진전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투자 위험성을 주주 및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드러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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