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수립·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지 약 일 년이 됐다. 이달 13일에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4일 기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시(예고 공시 제외)한 상장 기업은 총 122개사로 초창기보다 참여 기업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고려하는 밸류업의 중심 가치인 ‘목표설정 지표’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 1년간 밸류업 관련 공시 추이를 살펴보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후 주주환원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금’,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밸류업 프로그램 목표 지표로 채택한 상장 기업은 전체의 약 62~72%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국내 상장 기업은 자기주식 매입·소각과 더불어 주주환원 측면에서 배당금과 배당 재원 확보 측면에서 ROE 같은 수익성 지표를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심 가치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는 상장 기업들도 ‘자기주식 활용’을 내세우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월별 기준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한 기업 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37건에 그쳤지만, 밸류업 공시가 본격화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는 월평균 60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사주 매입 규모도 함께 불어났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매입 금액은 총 18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 기업의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소액주주의 주주제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시한 이후 기업에 주주제안이 들어온 경우는 롯데쇼핑 등 두 건에 불과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올해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투자자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장 기업은 특정 주주총회 때에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 대응할 수 있는 내재화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는 기업의 대응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중에 있는 주주환원 이외에 주주와의 소통 전략을 명확히 수립하는 것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