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찾은 국내 유일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복합터미널인 울산 남구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울산 바다를 접한 터미널 부둣가로 향하자 총 64만 5000㎘의 LNG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탱크 3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탱크 1기 규모(지름 86m·높이 39m)만 장충체육관이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는다. 현재 내부 공사가 한창인 3번 탱크의 구조물을 살펴보니 외벽인 콘크리트와 내벽인 9%니켈강 사이를 2m가량의 보냉재와 ‘셀룰러 블록’이 겹겹이 채우고 있었다. SK가스(018670) 관계자는 “지하 암반 25m까지 파일(말뚝)을 870여 개 심어 철근으로 탱크를 단단히 고정했다”며 “4800년 만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하역부터 송출까지…LNG 밸류체인 완성=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건설한 KET는 지난해 11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LNG 탱크 3기에 더해 인근 부지에 들어선 석유 탱크 12기까지 총 91만 5000㎘의 저장 시설을 갖췄다. 울산은 국내 최대 정유·석유화학 밀집지로 LNG 수요가 크다. KET는 이미 SK가스의 가스복합발전소인 울산GPS와 SK에너지, 에쓰오일(S-Oil(010950)), 고려아연(010130) 등과 2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항만에서 하역 후 액체 상태로 탱크에 저장된 LNG는 시간당 최대 1만 톤의 해수가 쏟아지는 기화송출설비를 거쳐 기체 상태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 수요처로 보내진다. KET는 2034년까지 총 6기의 LNG 탱크를 갖춰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책임질 계획이다.
KET는 탱크와 부두 간 거리가 가깝고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항만의 입지를 활용해 LNG 벙커링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선다. LNG 벙커링은 유류 선박연료를 LNG로 대체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성모 KET 부사장은 “벙커링 수요는 울산과 부산에 60%가 집중돼있다”며 “KET 인프라를 당초 벙커링을 고려해 설계하고 시공했기 때문에 운영 시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터미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KET는 현재 버려지고 있는 LNG 냉열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직접 공급하는 LNG 냉열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UGPS, LNG·LPG ‘듀얼 퓨얼’로 효율 극대화=KET로부터 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울산 GPS는 세계 최초로 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겸용하는 GW(기가와트)급 가스복합발전소다. 독일 지멘스와 협력해 자체 개발한 가스터빈 2기와 스팀터빈 1기 등 총 1.2GW의 발전 설비를 갖췄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으며 약 28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LNG와 LPG를 선택적으로 사용 가능해 두 연료의 가격 변동이 커질 때에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LNG의 경우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데 2022년에는 두 연료의 단위(MMbtu)당 가격이 63달러(약 9만 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집중된 울산 산업단지 내 위치한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산단 내에는 정유, 석유화학, 중공업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조승호 울산GPS 대표는 “산단 내 대규모 가스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변전소 역시 직선거리 700m로 손실 발생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울산 GPS는 고효율 설비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울산 GPS의 올해 연간 탄소 배출량은 업계 대비 18%가량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GPS 관계자는 “향후 수소 혼소를 거쳐 전소를 통해 넷제로(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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