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으로 있던 2018년 7월, 하나은행은 취급 영업점을 기준으로 고객의 현재 거주지와 사업장이 지점 대출 가능 지역 내에 있어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지방 기업 대출을 서울 점포에서 취급하지 못하게 규정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이다. 주요 은행들의 경우 타 지역 대출은 실적으로 잡아주지 않거나 가급적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하나는 이를 명문화해서 막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잇따른 부당 대출 사고에도 하나은행에서 사고가 적은 것은 함 회장의 공로가 있다”며 “은행장으로 있으면서 원거리 대출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림으로써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고 평가했다.
함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고 있다. 타 지역 대출의 경우 청탁이나 개인적 친분에 의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아 나중에도 부실화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이를 막은 것이 부당 대출 사태에서 하나은행이 한발 비켜나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대출이 나가는 경우 관리가 어렵고 나중에 보면 대부분이 부실이 될 확률이 높다”며 “해당 지역에서만 대출을 받게 하면 이해관계나 청탁이 끼어들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 측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관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취급 영업점을 기준으로 현 거주지와 근무처 또는 대출 취급 가능 지역 내 손님을 대상으로 취급하도록 점주 손님 거래를 규정으로 명문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함 회장은 연임 확정 후 첫 행보로 소상공인 사업장을 찾았다. 함 회장은 연임 확정 다음 날인 26일 화재로 피해를 본 지역사회 소상공인 사업장을 방문했다.
함 회장은 소상공인 고충을 청취하고 위로하고 냉난방기를 지원하고 계단 난간 페인트 작업을 도왔다. 함 회장은 “민생 경제 근간이자 지역사회 중심인 소상공인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로서 상생 금융 실천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3500곳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경영 환경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총 100억 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노후화된 에어컨·냉장고 등을 고효율 기기로 교체(1000개 사업장) △간판 교체, 인테리어 등 사업장 환경 개선(2000개 사업장)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와 인공지능(AI) CCTV 등 디지털 기기 지원(500개 사업장) 등이다.
소상공인들은 은행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지원 사업을 신청하면 된다. 하나은행은 사업성, 지속 가능성, 타당성, 효과성 등을 고려해 심사 후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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