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28일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건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화(000880)에어로스페이스는 일단 금감원의 요구에 맞춰 신고서를 수정해 다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해당 공시는 금감원의 유상증자 서류 보완요청으로 유상증자 시 진행되는 절차로 이해하고 있다"며 "해당 요청 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3개월 이내 정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상증자 계획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금감원은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K방산’을 위한 긍정적 자금 조달이란 평가를 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 투자 결정을 한 것인 만큼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적극 소통하며 지원하겠다”며 “회사가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심사 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소액주주들의 비판이 확산하고 증권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5거래일만에 태도를 바꿨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 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은 “중점 심사 절차에 따라 대면 협의한 결과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임직원들이 주식 매입에 나서는 등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한화그룹 부회장)를 비롯해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 경영진은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48억 원 규모로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한화 이사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100% 참여키로 결정했다. 지분율(33.95%)에 따라 배정된 신주 162만298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인수해 총 9800억 원을 투입한다. 손 대표는 25일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 투자가 절실하다”며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며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고 주주들의 비판도 이어져 재계 일각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합병에 실패한 두산(000150)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산은 지난해 7월 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454910)의 100%의 자회사로 편인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달하는 ‘캐시카우’인 밥캣 주식 1주를 영업이익 200억 원대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로 바꿔주는 주식 교환 비율이 주주들의 반발을 불렀다.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쳐 정정 공시를 요구하며 두산을 압박했다. 결국 두산은 49일 만에 기존 합병안을 일부 철회하고 두산밥캣의 일부 지분(46.06%)만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수정안을 냈다. 금감원이 최종적으로 두산의 구조개편안을 승인하는 데까지는 넉 달이 걸렸고 6차례의 정정 신고를 거쳤다.
하지만 결국 두산의 개편안은 최종 무산됐다. 12월 비상계엄의 여파로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합병 회사의 주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회사가 사전에 정해 고지한 가격에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시 2만 890원을 주식매수청구 가액으로 정했는데 주가는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주주들이 2만890원에 주식을 팔아버리고 나갈 유인이 커지면서 두산이 설정한 주식매수청구 한도(6000억 원)를 넘을 가능성이 컸다.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넘으면 두산은 한도를 늘리거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조차 주식매수청구 가액보다 낮은 주가를 빌미로 사업재편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두산은 포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두산의 사례처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한화는 계획했던 절차가 미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배정 기준일은 4월 24일, 구주주 청약은 6월 3~4일,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 9~10일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6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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