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력화할 위기에 놓이면서 그 대안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공세에 맞서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정부 리더십 공백과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가입 추진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현재 CPTPP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는 협정 가입을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통상 공세 속에 미국이 빠져 있는 CPTPP 가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지만 정작 정부 내부에서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현 정부에서 CPTPP 가입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협정 가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실제로는 손을 놓은 셈이다. 산업부는 농어민 피해 확산 우려로 CPTPP를 반대하는 농식품부와도 지난 1년간 소통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CPTPP 가입과 관련해 양 부서가 실무적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CPTPP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국회 산업위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 등에 접촉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농해수위가 반대하고 있어 추진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권과 정부 부처의 무관심 속에 가입 동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이다. CPTPP는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입 신청을 위해 국회 보고가 필수적이다.
CPTPP는 농업·공산품 제품을 포함해 모든 품목의 관세 철폐를 목표로 2018년 12월 일본 주도로 출범했다. 최근 영국까지 합류하면서 회원국이 캐나다·뉴질랜드 등 12개국으로 늘었고 합계 국내총생산(GDP)도 전 세계 15%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멕시코까지 가입돼 있어 CPTPP 가입 시 일본·멕시코와도 간접적으로 FTA 체결 효과를 누리게 된다. 국책연구기관인 KIEP도 이 같은 거대 시장이 열릴 경우 우리 경제는 교역 확대와 생산·투자 증가로 실질 GDP가 0.33~0.3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어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통상 다변화를 위해 CPTPP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없는 동아시아 무역 질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통상 여력이 없는 데다 정치적으로 누군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줄 책임자도 없어 현실적 제약 조건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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