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일본 경제통상장관이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세 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한 보호무역주의에도 우려를 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이 최근 우리 정부가 결정한 중국산 철강재 고율 덤핑 관세 부과 등에 유감을 표하는 등 신경전도 이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5월 제9차 한일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3국 장관 간 회의가 개최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 3국 장관은 공통적으로 WTO 체제 회복과 3국 간 교역·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안 장관은 “3국이 모두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행을 강화해나가면서 한일 FTA 협상을 통해 3국 간 교역과 협력을 확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공통의 글로벌 이슈에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 조치들로 인해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보호무역주의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왕 부장도 “현재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무역 체제는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대(對)중국 관세정책 등은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최근 잇달아 고율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 중인 트럼프 2기 정부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3국은 2013년에 처음 시작돼 2019년부터 협상이 잠정 중단된 한일중 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식 협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처음 협상을 시작할 때와는 3국 간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현시점에 맞는 협상 목표를 실무 차원에서 재설정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토 경제산업상도 “3국 FTA의 방향성은 시장 접근뿐만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협정이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서는 최근 한국의 대중 무역 구제 조치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 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는데 중국이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안 장관은 “모든 이해관계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조사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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