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타원형 등 우주의 수많은 은하들의 모양이 규칙적인 이유를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 시뮬레이션을 동원해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홍성욱 우주진화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박참범 고등과학원 교수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 시뮬레이션 ‘호라이즌 런 5(HR5)’를 사용해 은하단 내 은하 모양 변화의 규칙성 기원을 밝혀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은하는 모양에 따라 크게 나선은하, 타원은하, 렌즈은하로 구분된다. 은하단 중심부에는 타원은하나 렌즈은하, 가장자리로 갈수록 나선은하가 주로 분포한다. 이 같은 규칙성은 1980년 미국 천문학자 앨런 드레슬러가 발표했지만 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HR5를 활용해 160개 은하단, 4500개 은하의 형성 과정을 추적했다. HR5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3조 광년 크기의 가상 우주를 구축해 30만 개의 은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는 가상 우주실험 프로그램이다. 천문연, 고등과학원, KISTI 등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고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참여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우주 생성 초기에는 대부분 나선은하만 존재했으나 은하단 중심부에서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나선형에서 타원형으로 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규칙성은 충돌 통해 100억 년 전에 만들어져 60억 년 전에는 은하단 중심부 타원은하의 비율이 높아진다. 타원은하로 변하지 못한 일부 나선은하의 경우 별이 태어나는 활동이 점차 감소해 렌즈형 은하로 전환됐다.
홍 책임연구원은 “은하단은 우주에서 안정화된 천체 중에서 가장 무거운 천체로서 수백에서 수천 개의 은하들이 중력으로 서로 묶여있기에 은하단을 연구하면 최초의 천체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지, 은하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지 그리고 우주의 전체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며 “은하단 내 은하의 모양에서 규칙성이 관측된 지 45년 만에 그 원인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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