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에 수출한 금액이 두 달 연속 중국을 넘어섰다. 아세안 수출액이 중국을 제친 것은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미중 갈등과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 아세안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아세안 수출액은 103억 2000만 달러로 중국(100억 9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2월 아세안 수출액(95억 8000만 달러)이 중국(95억 달러)을 앞지른 데 이어 3월도 아세안이 우세했다. 월간 수출 동향에서 아세안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아세안 수출이 두 달 연속 중국보다 많은 것은 2000년 9~10월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들어 대중 수출이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한 데 비해 대아세안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중국 수출이 주춤한 원인은 반도체에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수출이 가능한 레거시 반도체는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진 데다 가격도 떨어져 수출액이 크게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을 이을 ‘한국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아세안 수출은 활기를 띠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중국이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던 한국 수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만 봐도 아세안 수출액이 2월에는 중국보다 8000만 달러 많았지만 3월에는 격차를 2억 3000만 달러로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로 대미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이 1위 수출 지역이 되고 미중이 2·3위를 다툴 수 있다는 의미다.
아세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베트남이다. 2014년 223억 5200만 달러였던 대베트남 수출액은 2024년 583억 2300만 달러로 160% 이상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전후부터 양국 간 교역이 급격히 활발해졌다”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과거 한중 간에 형성됐던 교역 체계가 한·베트남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3월 수출액은 582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5.5% 상승하며 역대 3월 기준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대비 2.3% 상승한 533억 달러였다. 무역수지는 49억 8000만 달러 흑자였다.
15대 주력 품목 중에는 반도체·선박 등의 수출액이 크게 늘며 전체 수출액을 견인했으나 철강과 석유제품 수출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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