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본점을 두고 있는 A농협의 지난해 말 현재 조합원(농민)이 604명이다. 강남구 지역에 거주하면서 5000원을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준조합원은 5만 9921명이나 된다. 준조합원이 조합원보다 약 99배 많은 기형적인 구조다. A농협은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만 1조 9712억 원에 달한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82%를 웃돈다.
서울 지역의 단위 농업협동조합이 농민 지원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채 안전한 부동산 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서울의 특성상 농민 조합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 대도시 단위 농협의 발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서울 A농협은 지난해 103억 59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부실 대출이 늘어나면서 전년보다 8.3% 감소했지만 이자와 수수료로만 1530억 1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수익원의 대부분은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나왔다. 반면 신용대출은 최근 1년 새 비중이 14.06%에서 12.34%로 1.72%포인트나 감소했다. A농협의 신용사업(대출 및 수수료 등) 수익은 지난해에 1597억 원으로 농산물 판매 같은 경제 사업(약 199억 원)의 8배가 넘는다.
다른 서울 지역 단위 조합도 상황은 비슷하다. B농협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이 전년 대비 37명 줄어든 926명에 그쳤다. B농협은 송파구와 강남구 일원에 지점과 하나로마트를 두고 있는데 지난해 대출과 수수료 등으로 벌어들인 돈(1499억 2000만 원)이 경제 사업(358억 9500만 원)의 약 4.1배에 달한다. 특히 B농협은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93.38%다. 신용대출은 2.03%에 불과하다. C농협도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94.34%에 이르고 D농협도 88.89% 수준이다.
현재 농협은 대출 같은 신용사업에서 돈을 벌어 경제 사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지난해 전국 단위 농협의 신용사업 순이익은 5조 2694억 원에 달한다. 경제 사업에서 입은 천문학적인 손실 3조 6230억 원을 신용사업에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서울 지역 조합은 농민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A와 B농협에서 보듯 농민은 수백 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서울 단위 농협이 농산물 판매 창구 역할도 하고 있지만 신용대출을 통해 서민과 농민의 자금난을 해결해주는 대신 부동산 담보대출에만 ‘올인’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가 있다. 안전자산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연말 현재 전국 농협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53%로 1년 새 1.52%포인트나 상승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서울의 단위 농협 신용지점은 일반 은행과 사실상 동일하게 영업을 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도 일부 손을 대 상호금융이라는 정체성과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서울 지역 단위 농협의 농민 조합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대출 사업은 계속 확장·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어떤 식으로 성장을 유도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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