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가 제노스코의 기업공개(IPO)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렉라자(레이저티닙)’라는 뛰어난 신약을 개발한 바이오텍이 IPO로 스케일업까지 성공하는 사례가 곧 국내 신약 개발 산업에 붐을 일으키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IPO가 좌절된다면 K바이오텍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입니다.”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제노스코의 IPO 필요성과 국내 신약 개발 산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당뇨약 ‘제미글로’와 렉라자를 개발한 주역으로 ‘국내 신약 개발의 대부’로 불리는 과학자 고 대표. 그는 “제노스코뿐 아니라 K바이오텍 전체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2시간 여 동안 격정적인 인터뷰를 이어갔다.
제노스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국산 항암제 렉라자를 처음 발굴한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약 6개월째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오스코텍과 렉라자의 수익을 같은 비율로 나누는 매출 구조 때문이다. 특히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지분을 약 59%를 보유하고 있다.
오스코텍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이 모회사인 오스코텍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는 ‘중복 상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렉라자 수익을 기반으로 완전히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별개 회사라는 것이 고 대표의 시각이다. 고 대표는 “제노스코는 단백질분해제 등 자체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반면 오스코텍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서로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며 “애초에 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기존 매출 구조보다 미래 사업의 성장성을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성평가 ‘AA, AA’를 받은 제노스코의 상장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바이오텍 중 기술성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기업은 제노스코가 유일하다.
고 대표는 제노스코의 상장이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성장에 대한 도전 의식을 불어넣어줄 거라 보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제노스코가 미국에 설립된 이후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보스턴에 자리를 잡았고, 렉라자의 성공 이후 ‘제2의 렉라자 신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 스케일업을 해야 다른 기업도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더구나 제노스코는 렉라자의 FDA 승인과 상업화로 자체 신약 임상에 들어갈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한 상태다. 올 4분기 ‘ROCK2’ 억제제 물질 기반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텍 중 자체 임상에 진입한 기업은 극소수다. 고 대표는 “그동안 렉라자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등 신약 개발을 100% 성공시켰던 비결은 철저한 자체 검증을 거쳐 100% 되는 물질만을 임상에 올려보냈기 때문”이라며 “제노스코의 신약 파이프라인 모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지만 임상 시기를 놓친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대표는 “현재까지 상업화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2년 전에도 자금 부족으로 ROCK2 억제제의 임상을 미뤄왔는데 이번에 또 상장 무산으로 미뤄진다면 사업개발(BD)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만약 상장이 좌절된다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그동안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평생을 바쳤지만 지금 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연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며 “보스턴에 있는 수많은 빅파마를 뒤로 하고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인데, 이것이 좌절된다면 핵심 인력이 다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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