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 중반대로 제시했는데 미국의 역성장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1%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재구축한 ‘글로벌 전망 모형(BOK-GPM)’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은 0.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미국이 예상 대비 수위가 높은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자 최근 주요 기관이 미국의 성장 눈높이를 급격히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1.6%포인트나 낮췄다. 이를 한은 모형에 대입하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1.24~1.34%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앞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4~1.5%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주요 기관 전망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3월 글로벌 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4%로 직전 달과 비교해 0.2%포인트나 내렸다. 이 중 JP모건은 1.2%에서 0.9%로 낮추며 0%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한국 수출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미국발 관세 여파로 넉 달 연속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경제동향 4월호’에서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됨에 따라 생산이 둔화하는 데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됐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하방 위험 증대’, 2월 ‘하방 위험 고조’라고 진단한 데 이어 3월에 이어 이달 ‘하방 압력 확대’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번에 가장 달라진 것은 내수 부진 속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KDI는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4월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협상 여지가 있는 만큼 당장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시장 변동성도 큰 만큼 경제 전망을 하기에는 적기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도 주식시장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관세정책이 완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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