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 증대와 우량 사업장 중심의 부동산 금융 사업 회복으로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 지표는 개선됐지만 실적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형 증권사들이 수익성 저하와 자본 확충 부족, 시장지위 하락 등 부정적인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며 토스증권 사례를 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나이스 크레딧 세미나 2025-경영환경 변화 속 소형 증권사의 위험 요인과 신용위험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업 순이익은 약 6조 6000억 원으로 2023년 5조 4000억 원 대비 21.7% 증가했다. 근원적인 수익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약 10조 9000억 원) 대비 11.2% 늘어난 12조 1000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특히 2023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효자 노릇을 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부동산 금융에 힘입어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 수익도 늘면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돼주었다. 대손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전반적인 증권 업계 실적은 나아졌지만 회사 규모별 성과 차이는 더 늘어났다. 특히 대형사로의 실적 쏠림이 확연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포함한 자기 자본 3조 원 이상 대형 증권사 10개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직전 년도 대비 24.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기 자본 1조 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 9개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7.4% 감소했다. 자기 자본 규모 1~3조 원 규모에 해당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연간 순이익 증가 폭은 5.8%에 그쳤다.
지난해 주력 사업 부문인 부동산 금융 환경이 위축되며 소형사들이 더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대손비용이 확대됐다”며 “소형사의 경우 대형사나 중형사에 비해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손비용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소형사들에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형사들이 고정비 절감과 정통 IB부문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열위한 계열 지원 가능성과 후순위성 증권 발행 제약 등의 어려움으로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기존 주요 사업 기반인 위탁, 부동산 금융 모두 대형사 중심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윤 연구원은 소형사들이 현 사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한 규모의 경쟁을 지양하고 특화 사업 분야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주식 위탁매매 업무 특화로 자기 자본 규모가 5년 새 10배 넘게 증가한 토스증권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윤 연구원은 “토스증권은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특화된 강점을 살린 결과 2022년까지 적자에 머무르던 순이익이 지난해 1315억 원으로 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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