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AI 전문가와 로봇 기업이 폭넓게 참여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결성했다. 로봇 하드웨어 기술은 경쟁국에 못지않은 수준이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AI 기술과의 접목이 뒤떨어진다는 점을 착안해 산학연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본지 2월 18일자 1·3면 참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유홍림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AI 로봇 전문가 15인과 LG전자·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 기업 관계자 350여 명이 참여했다.
안 장관은 “휴머노이드는 2025년 15억 달러에서 2030년 380억 달러로 성장하는 유망 산업”이라며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한 기업과 단체는 5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내 우수 연구진과 기술 벤처기업을 연계하면 피지컬 AI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생성형 AI에 이어 빅테크들이 주목하는 AI 분야의 차기 전쟁터는 휴머노이드”라며 “테슬라나 엔비디아·아마존과 같은 미국 빅테크들은 이미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유니트리·유비테크 등 신생 기업들이 정부 지원하에 급성장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꾸준히 세계 경진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로봇 하드웨어 기술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투자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K휴머노이드 연합’은 로봇 업계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 집중했다. 우선 국내 로봇 AI 석학들이 함께 2028년까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각 로봇별 특성에 맞춘 전용 AI를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로봇 제조사와 부품사들은 센서와 로봇 전용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한다.
산업부 역시 올해 약 2000억 원 규모인 로봇 관련 예산을 충실히 집행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로봇 산업에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R&D 예산과 민간 인수합병(M&A) 및 기업 투자를 합하면 2030년까지 최소 1조 원 이상이 휴머노이드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기업과의 연계도 촉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결국 산업 현장에서 수요 기업이 구체적인 주문을 해야 로봇 기업이 경제성 있는 모델을 양산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학습 데이터를 충분히 실증해야 로봇이 작동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AI 자율 제조 선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로봇 수요 대기업과 제조 업체 간 협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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