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는 요양시설과 1차 의료기관 등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지역의료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핵심 인력입니다. 6월부터 시행될 간호법 하위 법령 제정을 앞두고 간호조무사 단체를 논의 테이블에도 앉히지 않는 것은 제도의 형평성뿐 아니라 실효성마저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곽지연(사진)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회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90만 간호조무사를 외면한 채 제정된 간호법의 시행령까지 그 전철을 밟게 둘 수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무협은 90만 명에 달하는 간호조무사 자격 소지자를 대표하는 단체다. 간호사들과 마찬가지로 간호법의 당사자로 여겨지지만 정작 의사들과 함께 간호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2023년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국회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가 열렸을 때도 간무협 회원 1만여 명은 연차휴가를 쓰고 부분파업을 벌이며 힘을 보탰다. 곽 회장은 당시 간호법 저지를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다 9일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끝내기도 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간무협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며 “간호계에 보이지 않는 신분제인 ‘카스트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들이 간호조무사를 무시하고 차별하다 보니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나 협상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간호법 하위 법령에 반영할 일명 PA(Physician Assistant)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진행한 일곱 차례 회의에 간무협은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며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조무사들을 보건의료 현장의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곽 회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해 3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번 임기에는 반드시 간호조무사들의 입장을 간호법 후속 조치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을 ‘간호 특성화고 졸업자’와 ‘고졸 이상 중 학원 등 수료자’로 제한해놓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전문대에서 간호조무과를 졸업해도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직업계고나 간호학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곽 회장은 “간호학원에서 이론 740시간, 실습 780시간을 합쳐 1520시간을 채우려면 꼬박 1년이 걸린다”며 “모든 직종 중 시험 응시에 학력 상한 제한을 둔 것은 간호조무사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문대 보건의료학과 학생들이 듣는 수업의 내용 대부분이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데도 학원을 또 다녀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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