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전날 급락에 이어 11일(현지 시간) 상승 마감했다. 미-중 치킨게임 양상이 완화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간 채 중국과의 협상 의지를 재확인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시장 불안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이 추가로 악화하는 상황을 피했다.
11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19.05포인트(+1.56%) 오른 4만212.7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95.31포인트(+1.81%) 상승한 5363.3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37.14포인트(+2.06%) 오른 1만6724.46에 장을 마감했다.
한 주간 S&P500의 상하 변동폭은 10%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팬데믹이 한창일 때와 비슷한 변동 수준이라고 했다. 역설적으로 S&P500은 주간 8.27% 올라 2023년 이후 최고의 주간 상승률 기록했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10%로 낮춰 적용하겠다는 발표에 9% 이상 급등했던 영향이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시장은 여전히 감정적으로 들끓고 있다”며 “시장은 해결되지 않은 무역 갈등, 실적 불확실성, 그리고 거시경제적 역풍 속에서 여전히 안정을 찾고 있다. 이번 주 상승세는 고무적이지만 전환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습 들어간 백악관과 연준…백악관 “트럼프, 협상에 낙관적”, 콜린스 “개입 준비 돼 있다”
이날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대 하락 출발했다. 장 초반 투자자들은 관세 우려와 함께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위축됐다는 소식에 움츠러들었다. 미시간대는 이날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6.2포인트 떨어진 50.8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2022년 6월(5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이를 제외하면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4.6)도 크게 밑돌았다.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47.2로 1980년 이후로 가장 낮았다.
시장의 심리는 이후 조금 씩 개선됐고 이에 따라 증시도 상승했다. 증시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 초반 45선을 오가다 37까지 떨어졌다.
1차 계기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였다. 콜린스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공개한 인터뷰에서 “(과거 여러 시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매우 신속하게 배치해야 했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 관계자가 이번 금융시장 혼란 국면에서 연준 개입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린스 총재는 “시장은 계속해서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유동성 우려는 없다”면서도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의 개입 여부에 대해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스 총재의 이날 인터뷰 발언 자체가 시장에 대한 개입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금융 혼란을 막기 위한 정책 도구 중 하나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은 ‘아직 시장의 불안이 없다’고 선을 긋고 ‘언제든 개입할 것’이란 의지를 밝힘으로서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후 들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과 합의를 모색할 것이며 “낙관적”이라고 발언하면서 주가는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중국은 전날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인상하며 재보복했다. 미국은 이같이 조치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과의 통상 협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에 열려 있다고 분명히 밝혀왔다”라면서 “그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연준이 모두 상황을 수습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시장 불안의 중심에 섰던 미국 국채 불안도 다소 진정됐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0.5bp(1bp=0.01%)포인트 하락한 4.859%에 거래되며 투매가 멈췄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다만 10년물 국채는 4.7bp오른 4.483%로 여전히 매도세가 우세했다.
시장은 여전히 “퍼펙트 스톰”…다음주 美 3월 소매판매 발표
월가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 △침체 우려 △국채 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상황인 만큼 증시의 불확실성은 다음 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션파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임스 세인트 오빈은 “연준이 개입한 것은 당분간 불안감을 다소 해소할 것이지만 변동성 자체는 건강한 신호가 아니다”라며 “이날 장중 급등세는 표면적으로는 위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급등락은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징후”라고 말했다.
특히 국채 시장의 불안은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때문일까, 베이시스 거래(국채 선물-현물 금리 차익거래) 때문일까”라며 “지금 이 모든 것이 일어나고 있고 채권 시장에는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라며 당분간 국채 시장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였다.
모건 스탠리의 CEO인 테드 픽은 무역 전쟁으로 국제 질서가 변화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단기 전망이 의미가 없는 시점이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지난 3년 동안 세계화를 향한 세계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연대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며 “이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 전망이 예측 불가능해지는 조정기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는 16일 미국 3월 소매 판매 지표가 발표된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의 풍향계로 인식되는 지표인 만큼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전망이다. 2월에는 전월대비 0.2% 상승했으며 3월에는 1.2%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와 맞물려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미국의 3월 산업 생산 지표도 발표된다. 다우존스 전망치 집계는 전월 0.7% 증가에 이어 3월 0.2% 하락 전환이다.
연준 관계자들의 연설은 14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에 이어 18일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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