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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에 양자컴 쓴다는 중국…거세지는 양자굴기 [김윤수의 퀀텀점프]

과학·IT 기자가 들려주는 양자역학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자국에서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통한 인공지능(AI) 모델의 파인튜닝(미세조정) 학습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안후이 양자컴퓨팅공학연구센터는 자국 기업 ‘오리진퀀텀’의 72큐비트 양자컴퓨터 ‘오리진오공’을 활용해 1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모델의 학습 손실을 기존보다 15% 줄이고 수학적 추론 작업의 정확도를 65%에서 82%로 높였다고 합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도 양자컴퓨터를 다양한 분야에 이미 활용하고 있는 만큼 ‘세계 최초’의 기준과 진위 여부는 모호해보입니다만, 어쨌든 중국이 AI 모델 학습, 즉 AI 모델 개발에 양자컴퓨터를 쓸 정도로 상용화에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억 매개변수는 빅테크들이 통상 소형언어모델(SLM)으로 부르는 상용 AI 모델 규모인데 이 정도 규모를 양자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또 여기에 쓰인 ‘양자 가중 텐서 혼합 매개변수 미세조정’이라는 오리진퀀텀 특유의 양자·AI 결합 기술은 앞선 편에서 소개했던 엔비디아의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떠올리게 합니다.

‘양자굴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양자기술을 두고도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양자굴기를 좀더 체감해보겠습니다. AI 분야도 그렇지만 구글·IBM 등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중국과학원(CAS) 국가 연구기관들이 크게 활약하고 있죠. 물론 그 안에서도 딥시크 같은 민간 기업들이 존재하고 오리진퀀텀이 대표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오리진오공을 출시했는데요. 현재까지 139개국에서 2000만 건 이상 쓰였다고 특히 경쟁국인 미국의 사용자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설명입니다. 차세대 제품인 오리진오공2도 개발 막바지에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오리진퀀텀은 AI 학습뿐 아니라 바이오와 양자 간 결합도 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벙부의대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의학 연구에 활용하는 자국 최초의 연구기관 ‘허페이 양자컴퓨팅·데이터 의학연구소’를 출범했습니다. 방대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양자컴퓨터로 분석·관리하고 신약 연구 등에도 응용해 의학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것이죠.

중국 오리진퀀텀의 양자컴퓨터. 오리진퀀텀 웹사이트 캡처


중국의 양자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수준은 미국 빅테크와 맞먹거나 일부 우위에 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는 중국 ‘양자과학의 아버지’ 판젠웨이 CAS 원사를 알아야 하는데요. 그는 양자인터넷의 근간인 양자전송 실험에 성공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라고 했죠. 귀국 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묵자호’ 개발은 물론 최신 양자컴퓨터 칩 ‘주총즈 3.0’ 개발까지 주도해왔습니다.

우선 주총즈 3.0은 105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칩으로 최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그 성능이 공개됐습니다. 구글의 전 세대 양자칩 ‘시커모어’를 압도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따르면 구글의 현 세대 제품 ‘윌로’와 맞먹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윌로가 공개되자 중국은 논문이 정식 게재되기 전 피어리뷰(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 상태에서 주총즈 3.0을 공개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판 원사가 창업한 퀀텀시텍은 같은 달 504큐비트 양자칩 ‘샤오홍’과 이를 탑재한 ‘톈옌 504’를 선보이기도 했죠.



양자통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계 최초 위성 묵자호에 이어 지난달 19일(현지시간)에는 네이처에 새로운 양자통신위성 ‘지난 1호’를 활용해 베이징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잇는 1만 2900㎞ 구간의 양자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묵자호의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잇는 7600㎞를 뛰어넘는 세계 최장 기록인데요. 당시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GTC) 사상 첫 양자세션 ‘퀀텀데이’ 개최를 하루 앞두고 성과를 발표한 것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1호는 묵자호 대비 무게가 10분의 1인 23㎏에 불과하고 제작 비용도 45분의 1 수준인 마이크로(초소형) 위성으로 개발됐습니다. 지상국 규모도 1만 3000㎏에서 100㎏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는 초소형 위성을 대거 하늘에 올려 양자통신 위성망을 구축하는 이른바 ‘양자판 스타링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은 내년에 통신사 차이나텔레콤과 초소형 위성 4기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입니다.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묵자호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은 2019~2023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39억 달러(5조 6000억 원), 올해부터 2029년까지 18억 달러(2조 60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할 전망입니다. 중국의 정부 투자 규모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20년 제14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을 통해 누적 150억 달러(21조 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국가 자연과학기금 조례’가 개정되면서 양자 분야도 지원 확대 전망도 나오고 있죠.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첨단바이오·인공지능(AI)·양자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에 따르면 미국의 양자컴퓨터 기술 수준을 100점으로 할 때 2위인 중국은 35점에 그쳤습니다. 양자통신은 미국 84.8, 중국 82.5점으로 비등했고요. 지금은 중국이 2위지만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양자굴기가 갈수록 거세진다면 향후 우열이 어떻게 바뀔지는 장담할 수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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