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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AI혁명의 대유행

손철 산업부장

세상 바꿀 AI 물결, 소시민엔 시련

'혁명' 둘러싼 패권경쟁 치열한데

정치권은 정쟁에 관료들은 뒷짐만

대유행 안착시킬 통큰 협치 나서야





힘들지 않은 시절은 없었겠지만 삶이 참 고달픈 시대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드니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지났지만 계속되고 있고 북한까지 뛰어들었다. 1차 관세전쟁으로 미국이 구축한 자유무역을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는 4년 만에 귀환해 2차 관세전쟁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초토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를 뒤로하고 역사책에 묻힌 줄 알았던 ‘비상계엄’을 꺼내 든 대통령은 열흘 전 파면됐다.

세계사와 한국사에 묵직하게 한자리를 꿰찰 거대 사건들이 잇따르며 국가와 정권이 위태롭지만, 소시민이 진짜 고단한 것은 인공지능(AI)이 시나브로 삶과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AI 혁명이 산업혁명보다 더 광범위하게 지금 경제와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는데 혁명기의 삶은 팬데믹처럼 체감도가 높지는 않다. 실제로 1760년대 영국에서 움튼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과 대량생산으로 농업 사회를 산업화하는 데 유럽과 미국에서도 100년이 넘게 걸렸다.

혁명은 도도하고 거대하지만 느리다는 속설이 AI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3000년 바둑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간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해 쇼크를 줬지만 2022년 11월 30일 오픈AI는 챗GPT를 소개하며 AI를 잘 쓰면 삶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 엿보게 했다.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일자리 수백만 개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AI는 그 막대한 능력으로 계속 진화하며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는 2년여 만에 최신 버전을 GPT-4o(옴니)까지 발전시켜 올 1분기 말 유료 회원 200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GPT를 이용해 일본의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지브리’ 화풍으로 상상하는 그림을 만들거나 사진을 변형하는 것이 광풍을 일으켜 지난달에는 주간 사용자가 5억 명을 넘기도 했다. 오픈AI의 질주를 뒷짐 지고 구경만 할 리 없는 구글·메타 등 빅테크도 제미나이 2.5 플래시와 라마4 등 AI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개인과 기업 고객을 흡수하려 애쓰는 형국이다.



중국 역시 1월 하순 저비용·고성능 AI인 ‘딥시크-R1’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해 AI 혁명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챗GPT에 대해 “인쇄술 이후 최대의 지적 혁명”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도 핵무기가 아니라 결국 AI가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미중 전쟁은 관세보다 AI 혁명을 둘러싸고 훨씬 근본적이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구와 시장·자본의 한계로 전 세계 AI 플랫폼을 주도하기 쉽지 않은 한국 기업들도 자체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반도체와 휴머노이드 기술을 발전시켜 AI 시대를 리드하려 애쓰고 있다. KT·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테크 기업들은 산업 각 분야의 AI 전환에 전도사를 자처하고,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들은 AI 연관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K팝을 대표하는 가수인 지드래곤은 AI를 활용해 만든 뮤직비디오로 ‘엔터 테크’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AI 혁명의 고단함에서 국민을 도와주고 AI의 물결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웬만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넉 달의 탄핵 정국 속에 정쟁만 일삼아온 거대 양당은 서로 시급하다고 촉구했던 추가경정예산안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협의해 조속히 처리할지 어떠한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와 자리보전에 급급한 고위 관료들은 정치권 눈치만 보며 추경 규모와 사용처를 소신 있게 밝히지 못해왔다. 추경 예산의 고작 10분의 1을 AI에 배정하려 한다는 본지 보도가 제발 ‘가짜뉴스’가 되기를 바란다.

혁명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만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시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변화에 발맞추기 어려운 저소득층 서민과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및 근로자에게 고통은 배가된다. AI 혁명의 대유행을 안착시킬 정부와 정치권의 통 큰 협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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