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캔커피를 사러 편의점에 간다는 말은 이제 구문이 됐다. 골목마다 자리한 편의점은 한 끼를 해결하는 장소를 넘어 우체국과 빵집, 문방구, 화장품 및 의류 가게를 대체하는 ‘만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들은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위해 가성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는 한편 MZ세대가 중시하는 건강과 뷰티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편의점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건강’과 ‘뷰티’, 그리고 늘 그랬듯 ‘가성비’다. 먼저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기 원하는 MZ세대 사이 헬시플레저 열풍이 지속되면서 편의점들도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이달 16일부터 영미권에서 품절대란을 일으킨 글로벌 인기 스포츠 음료 ‘프라임 하이드레이션(PRIME HYDRATION)’을 국내 오프라인 단독으로 출시한다. 이 상품은 약 5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 유튜버 KSI와 로건 폴이 공동 개발한 음료 브랜드로 코코넛워터를 기본으로 한 저칼로리, 저당 이온음료다. 러닝과 피트니스 등 일상 속 운동 열풍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GS25는 이번 단독 출시를 통해 스포츠 음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CU는 최근 편의점 내 건강식품 매출이 급증함에 따라 특화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CU는 지난해 10월 전국의 3000개 매장을 건강식품 진열 강화점으로 선정하고 40여 종의 상품과 특화 진열대 등을 도입했다. 예컨대 K푸드 특화 편의점으로 오픈한 명동역점 내에 건강식품 특화존을 마련해 피로회복과 면역 케어, 이너뷰티, 다이어트 등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30여 종의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그 결과 이들 점포의 건강식품 하루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안에 건강식품 특화점을 5000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건강기능식품 테스트를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주요 제약사들과 차별화 제품 출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손쉽게 건강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시장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건강 관련 제품들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음식부터 패션·뷰티까지 아우르는 혁신 점포인 ‘뉴웨이브(New Wave)’를 올해 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직영점 ‘뉴웨이브오리진점’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가맹 1호점 ‘뉴웨이브대전둔산점’을 열고 지역거점화에 나섰다. 뉴웨이브 점포에서는 푸드스테이션, 신선특화존 등 먹거리 뿐 아니라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패션·뷰티도 강화한다. 전문 뷰티 매장의 숍인숍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용 진열대를 별도로 구성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자체브랜드인 ‘상상의끝’ 상품 확대로 가성비를 찾는 편의점족을 공략한다. 올해 1월 ‘1900김밥’과 ‘3600비빔밥’ 출시를 시작으로 ‘2900짜장면’ ‘3600비빔밥’ ‘2900덮밥’ ‘2200치즈버거’ 등 초저가 먹거리부터 ‘7600롤티슈’와 같은 비식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상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한 점포를 늘리고 해외 진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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