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끌어다 집을 사는 ‘영끌’ 수요는 약 3개월 뒤에 본격적으로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갔을 때도 약 5개월 후부터 영끌이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4일 ‘영끌현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영끌은 집값이나 금리의 변화보다 한두 분기 늦게 반응하는 후행적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 상승률과 영끌 수요 간의 시차 상관계수는 약 3개월 후 0.2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집값이 오른 뒤 3개월 정도 지나야 영끌 대출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기준금리와의 시차 상관계수는 약 5개월 후 –0.58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금리가 내려간 뒤 5개월쯤 지나면 영끌 수요가 정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 간의 관계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1에 가까우면 함께 움직이고 –1에 가까우면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과거보다 레버리지(대출을 활용한 투자)를 이용해 집을 사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끌 차입자 비중의 최대값과 최소값 차이는 2008년~2015년 사이 6.61%포인트였지만 2016년 이후 4.33%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영끌이 갑자기 많아졌다가 줄어들기보다는 꾸준히 유지되는 일상적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금융연구원은 정부가 총부채권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더욱 정교하게 운영하고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나 집값 변화에 따라 과도한 대출 수요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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