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종을 불문하고 K브랜드의 성패는 글로벌 고객을 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여지없이 상권도 살아납니다. 뷰티, 패션부터 피부과 등 서비스 업종까지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양승한 크로스보더팀 이사와 남신구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리테일 기업들의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는 국내외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주요 거점지역의 입지 선정과 임대차 계약을 자문하고 있다. 티파니앤코, 룰루레몬, 블루보틀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 뿐 아니라 논픽션, 라인프렌즈, 할리스 등 국내 기업의 일본 진출을 주도했다.
이들은 내수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최근 소비재 기업들의 성과는 ‘글로벌’이 좌우하고 있다고 봤다. 남 이사는 “명동과 성수, 한남, 도산 등 5대 상권으로 불리는 지역은 여지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라며 “이들 지역을 제외한 상업용 부동산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을 커버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수익이 나는 지점이 MZ세대 및 외국인 관광객들의 오프라인 소비”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지갑을 여느냐에 기업의 성과도 달라진다는 것.
실제 지난해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성지로 거듭난 CJ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지난해 각각 4조 7900억 원(별도 기준), 3조 9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급증했다. 반면 이들 기업처럼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애경산업은 최근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물로 나왔다.
양 이사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반응을 확인한 기업들은 앞다퉈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며 “과거엔 대형기업들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스타트업들도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문의해온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리브영은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을 글로벌 진출 우선 전략국가로 선정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진출 시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이미 여러 국내 리테일 브랜드들이 일본에 둥지를 트고 있다. 지난해 3월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가 도쿄 아오야마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고 패션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6월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또다른 패션브랜드 마뗑킴은 이달 24일 시부야에 일본 1호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패션·뷰티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맘스터치, 할리스, 매머드커피 등 식음료(F&B) 기업들도 앞다퉈 일본에 매장을 냈다.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이자 국내에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도 올 2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본사가 한국 내 파이브가이즈의 좋은 성과를 내자 문화권이 비슷한 일본 사업권을 아예 에프지코리아에 맡긴 것이다. 에프지코리아는 향후 7년간 도쿄를 등 일본에서 2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남 이사는 “과거에는 중국이 1순위였다면 요즘은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가깝고 한국과 계절이 비슷하며 정서도 익숙한데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몇년새 엔저 현상이 이어지며 해외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려드는 점도 기업들로서는 호재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3680만 명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피부과 등 국내 서비스 기업들도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양 이사는 “이미 국내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피부과에 글로벌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일본에는 아직 이러한 기능의 피부과 시장이 발전하지 않아 국내 병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기업들의 일본 진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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