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제외한 알트코인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단기간 내 급락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과 ‘레몬 마켓(불량 자산만 남는 시장)’ 전락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16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토리(IP), AI프로페시(ACT) 등 일부 알트코인 가격이 15일 오전 한 시간 만에 20% 이상 급락한 뒤 반등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는 주요 실물연계자산(RWA) 프로젝트 만트라(OM)가 하루 전 90% 넘게 폭락한 직후 발생한 현상이다. OM은 시가총액 약 59억 달러로 글로벌 알트코인 상위 20위권에 들었지만 폭락 여파로 시총 규모가 수 시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초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중심으로 ACT, DF, TUT 등 알트코인이 30분 만에 최대 50% 급락했다. 알트코인 급락이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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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신뢰 위축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알트코인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코인마켓캡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15포인트로 떨어졌다. 0에 가까울수록 알트코인 약세를 의미하는 해당 지수는 최근 급속히 하락하며 시장 냉각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BTC 중심의 자금 쏠림을 지목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BTC가 전략적 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기관 자금이 BTC에 몰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기관 수요가 약한 알트코인은 유동성이 급감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도 “상장된 알트코인의 수는 많지만 대부분의 종목은 거래량이 적고 유동성이 빈약하다”며 “호가가 얇은 종목은 소규모 매도 압력만으로도 급락하고, 이로 인해 연쇄 청산이 일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알트코인 시장의 구조적 부실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디파이언스 캐피털 창립자인 아서 청은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중앙화거래소(CEX)가 시장 왜곡을 방관하면서 알트코인 시장은 신뢰를 잃고 있다”며 “올해 출시된 토큰 대부분은 상장 직후 몇 달 만에 70~90% 급락해 ‘웃음거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정화의 시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알트코인 시장에도 실력 있는 프로젝트는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 구조에서는 우량 자산조차 저평가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과 실물연계자산(RWA), 블록체인 인프라 등 실용성과 규제 수용 역량을 갖춘 프로젝트는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기반과 제도 적합성을 갖춘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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