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 업계가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친환경 연료 추진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국내 첫 바이오메탄올 추진선이 도입된 데 이어 디젤과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LNG 이중연료(DF) 선박 발주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저탄소 연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국제해사기구(IMO)도 ‘해운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해 글로벌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전환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올해 하반기까지 LNG DF 선박 4척을 추가 도입한다. 이를 통해 저탄소 선박 비중을 지난해 6%(4척) 수준에서 올해 15%(8척)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3년 내 저탄소 선박 30척을 확보해 자동차운반선(PCTC) 선복의 절반 이상을 친환경 선대로 전환하겠다는 현대글로비스의 친환경 전환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일본 해운사 K라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조 중인 LNG 운반선 4척 역시 모두 내년 중 LNG DF 추진선으로 도입한다. 향후 친환경 선박 확충을 위해 무탄소 선박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MM(011200)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9000TEU급 바이오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을 인도했다. 바이오메탄올은 폐타이어 등 폐자원을 활용해 만드는 친환경 연료로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을 65% 저감하는 효과를 낸다. HMM은 연내 메탄올 추진선 8척을 추가로 순차 도입해 총 9척의 메탄올 추진 선대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HMM이 지난해 도입한 LNG DF 컨테이너선 2척은 현재 지중해와 극동아시아를 잇는 독자 노선에서 운항되고 있다. HMM은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70척 규모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같은 기간 계획된 투자액(23조 5000억 원)의 60% 이상인 14조 4000억 원을 친환경 투자에 배정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팬오션(028670)은 LNG DF 선박을 중심으로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팬오션이 올해 1·3월에 이어 6·11월 추가 인도해 연내 신규 도입하는 LNG 운반선 5척은 모두 DF 추진선이다. 현재 장기 연속항해용선(CVC) 계약을 맺고 있는 선복 38척 가운데 20척가량이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있다.
해운사들이 친환경 선박 전환을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글로벌 해양 환경 규제가 있다. EU의 경우 지난해부터 유럽 항로를 지나는 선사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할증료를 부과하는 데 이어 올해부터는 해운 연료 개편 규제를 통해 유럽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저탄소·무탄소 연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IMO 역시 올해 탄소 배출에 대한 금전적 규제안을 가결해 2027년부터 본격 발효할 예정이다. 국내 해운 업계의 친환경 선대 구축 움직임은 중국 선박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 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등에 대해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글로벌 무역 업체들이 친환경 및 비중국 해운사를 찾게 될 경우 국내 업계들의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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