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자립 청년에게 자선 진료와 함께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한 대형병원의 미담이 알려지며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8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여러 번의 사고를 이겨내고 여성 도배 기능사에 도전하는 주모(20대·여) 씨에게 성모자선회 긴급생계비가 전달됐다. 병원 측이 자선진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사업팀과의 상담 도중 주씨의 위기상황을 인지하고,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자선 모금 단체와 연계해 신속하게 지원한 것이다.
주씨는 어린 시절 동네 작은 병원 옆 계단에서 발견돼 보육원에서 자랐다.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 보호가 종료됐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배달업, 요식업 등 다양한 일을 하던 주씨는 2019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역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준비할 정도로 위중했지만 몇번의 큰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의지할 곳이 없는 청년에게 사회적·경제적 문제는 큰 벽이었다. 보호자가 없어 일반병실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주씨는 결국 병원비가 부담돼 위급한 치료만 받고 서둘러 퇴원해야 했다.
병원비를 마련하고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아픈 몸을 추스리고 다시 일터에 나선 주씨는 총 4번의 크고 작은 네 번의 사고를 겪었다. 건강이 나빠져 경제활동이 어려워졌을 무렵 우연히 자립청년 모임에 참여한 주씨는 그 곳에서 서울성모병원의 흉터 치료 사업에 대해 접했다. 이후 치료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서울성모병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주씨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 몸에 낸 상처가 흉터가 됐다"며 "흉터를 볼 때마다 힘들었던 순간이 다시 떠올라 꼭 지우고 싶었다"고 지난 날을 돌아봤다.
흉터 제거 치료를 받으며 마음을 추스린 주씨는 도배와 타일 기술을 배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입이 없다보니 모아두었던 돈이 떨어져 살고 있던 집의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흉터 치료 중 당장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주씨의 상황을 접한 병원 사회사업팀은 자선진료 연계를 통해 자선회 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거주 지역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에서 필요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힘썼다.
주씨는 “6년 전 이 맘때 큰 사고를 당한 터라 아직도 봄꽃만 보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많은 분이 격려와 도움을 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흉터 치료가 끝나는 대로 도배를 가르쳐 주신 사수 선생님과 함께 공사 현장을 다니며 일을 배울 예정”이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울성모병원은 2021년부터 사회사업팀을 통해 시설보호아동, 학교밖청소년, 자립준비청년, 은둔청년, 가족부양청년 등 취약 청년을 대상으로 흉터 치료, 문신 제거, 치과 치료, 건강검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해 흉터가 있는 청소년에게는 성형외과 치료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심리적 치유를 제공한다. 사회사업팀장인 남영희 프라우스 수녀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alglasse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