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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AMEXIT

■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2016년 6월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한 이유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부담해야 했던 여러 의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당시 다양한 정치·경제적 규제, 출자금 등 경제적 부담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 문제 등 자국민의 이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탈퇴 결과 무역과 투자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더 심각해졌으며, 노동력 부족과 영연방 국가들과의 분쟁 확대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EU 체제에서 누리는 수혜가 컸던 것이다.

최근 미국의 관세 전쟁을 보면서 영국의 과거 모습과 유사한 점이 많아 ‘AMEXIT(미국 자신이 만든 세계 질서에서 탈출)’이라는 신조어가 갈수록 유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시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국방비를 전 세계에 지출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확대와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했고, 고착화한 무역과 재정의 이중 적자를 보전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채는 꾸준히 늘어났다. 밀려드는 이민자들로 인해 일부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기축통화 패권을 이용해 수시로 달러화를 찍어내면서, 자국 경기를 부양하고 가성비 좋은 외국 제품을 들여와 내수 시장을 키웠다. 더 나아가 거대한 내수 시장과 타국에서 유입되는 고급 노동력을 바탕으로 신기술 산업을 부흥시킨 것은 물론, 안보 지원을 무기로 전 세계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수많은 경제적 실리도 취해왔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 집착은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활용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미래 산업 전망과 미국의 고비용 구조 등을 감안하면 과연 제조업을 일으켜서 고용 창출을 한다는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결국 관세 전쟁의 승자는 없고,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등 구조적 경제 위기, 자국 내 사회적 갈등, 국가 간 갈등이라는 복합적 문제에 신음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만 보고 극단적인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근에 겪은 혼란과 이미 10여 년째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 이로 인한 출산율 및 인구 감소 등은 다른 나라보다 매를 먼저 맞은 것일 수도 있다. 최소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나라들 보다는 먼저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AI 경쟁력을 갖는 것을 국가 목표로 설정한 듯하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지금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AI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갈등의 해결 과정에서 지금의 문제점들이 오히려 전화위복처럼 작용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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