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해 이미지 인식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과 송경우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뇌의 시각피질이 시각 정보를 선별해 처리하는 방식을 응용해 AI의 이미지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달 24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적 AI 학회 ‘ICLR 2025’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인간 뇌의 시각피질은 모든 정보를 똑같이 처리하지 않고 눈에 띄는 특징이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AI는 작은 정사각형들로 이미지를 쪼개 분석하는 방식을 써서 넓은 맥락을 파악하거나 떨어진 정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다양한 자연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각 피질 뉴런의 활동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이 각 이미지에 대해 뉴런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도록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 AI 연산 기술인 ‘합성곱신경망(CNN)’에 뇌의 성질을 적용한 ‘Lp컨볼루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p컨볼루션은 AI가 각 이미지에 대해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고 덜 중요한 부분은 배제한다. 중요한 부분만 강조하도록 이미지 값을 조정하는 필터인 ‘마스크’는 학습 과정에서 스스로 형태를 조정하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중요한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AI 모델들은 기존 CNN 모델보다 이미지 분류 정확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일반적으로 분석 범위를 넓히면 계산량이 증가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Lp컨볼루션은 둘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단장은 “Lp컨볼루셔는 AI 성능 향상을 넘어서 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모방하고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며 “AI와 뇌과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융합 모델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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