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다보니 특히 보안에 민감하거든요. 출근하자마자 팀원들까지 데리고 나왔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인근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박모씨는 아침 일찍부터 팀원 셋을 모두 데리고 맞은편 SK텔레콤 ‘티월드’ 매장 앞으로 갔다. 번잡한 도로에 이미 100여명이 일렬로 줄을 서며 긴 대기시간이 예상됐지만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줄에 합류했다.
28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의 한 SK텔레콤 ‘티월드’ 매장 앞은 박씨를 포함한 매장 방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총 110명 정도의 직장인, 대학생들이 매장 앞으로 100m에 달하는 줄을 서고 있었다. 일부는 동료들과 함께 와서 업무 얘기를 이어가거나 또다른 일부는 급히 업무 전화를 받았다 끊었다 반복하기도 했다.
주간회의 등으로 바쁜 월요일 아침 일찍 이들이 이동통신사 매장 앞에 모인 것은 18일 SK텔레콤 서버 해킹 사고로 유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다.유심 불법 복제로 대포폰 개통 등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이날 오전 10시 예정된 유심 무료 교체를 한시간여 앞두고 이미 신청자들이 몰린 것이다. 줄에서 대기 중이던 대학생 김모씨도 “내가 해킹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을 제쳐두고 왔다”고 전했다.
특히 SK텔레콤이 보유한 유심 물량이 100만 개에 불과해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는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다음달까지 500만 개를 추가해 총 600만 개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가입자가 2300만 명, 알뜰폰(MVNO)을 합쳐 2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지난 주말 유심을 선점하려는 방문객들로 일부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SK텔레콤은 현장 혼란을 줄이고자 유심 무료 교체에 맞춰 온라인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는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 웹사이트나 검색 포털 접속, 티월드 홈페이지 내 안내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을 위한 본인 인증은 휴대폰 본인 인증을 통해 가능하며 성명·주민등록번호 앞자리·보안문자 번호·고객 전화번호 등에 대한 확인을 거쳐 이뤄진다.
교체 희망 매장은 신청 페이지에서 매장명 또는 주소 검색을 통해 선택할 수 있으며 필터링을 선택하면 현재 신청 가능한 매장을 추려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된다. 매장 검색 시 해당 매장의 위치, 영업시간, 연락처 등도 제공되어 희망하는 매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예약 신청이 완료된 경우 신청된 매장 번호로 예약 확인 문자가 발송되며 이후 방문 날짜, 매장명, 매장 주소가 포함된 안내 문자가 별도로 발송된다. 교체 날짜 안내 문자는 예약 순서대로 고지된다.
다만 예약 서비스 역시 전산상 한계로 대기열이 걸리는 상황이다. SK텔레콤 티월드의 예약 신청 대기인원 수는 이날 오전 10시 11분 기준 5만 9813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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