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한국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올해 2월 신규 다운로드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두 달 반 만이다. 오픈AI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딥시크마저 서비스를 재개하면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이날 국내 앱 마켓에서 잠정 중단했던 신규 다운로드 서비스를 재개했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 검색창에 '딥시크' 또는 영문명 'deepseek'를 넣으면 해당 앱이 노출되고 내려받을 수 있다.
딥시크는 이날 개정된 처리방침에서 한국에 대한 별도의 부속 규정을 새로 마련하고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 개인정보를 처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내 회사 3곳과 미국 내 1곳 등 모두 4개 해외 업체로 이전한다면서, '이용자가 개인정보 이전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딥시크의 새 지침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달 23일 열린 제9회 전체회의에서 '딥시크 사전 실태점검 결과'를 심의·의결한 지 닷새만이다. 당시 개인정보위 점검 결과 딥시크는 국외 이전에 대해 이용자 동의를 받거나 처리방침을 공개하지 않았고, 중국에 있는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인 볼케이노로 국내 고객이 딥시크 채팅창에 입력한 프롬프트 정보를 넘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딥시크에 국외 이전 시 합법적인 근거를 충실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 프롬프트 정보 즉각 파기와 한국어 처리방침 공개 등을 시정권고했다.
오픈AI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딥시크마저 서비스를 재개하며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는 올해 1월 추론용 AI 모델 ‘R1’을 공개했고 미국 오픈AI 등 경쟁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밝히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에 따르면 R1은 다양한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o1’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선별된 500개 수학 문제로 구성된 벤치마크 테스트 ‘MATH-500’에서 R1은 97.3%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o1의 96.4%를 앞섰다.
딥시크는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 사용료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딥시크의 R1 모델은 100만 토큰(하나의 AI 연산 단위) 기준으로 입력 비용이 0.55달러, 출력 비용이 2.19달러로 책정돼 있다. 이는 오픈AI의 o4-미니 모델(입력 1.1달러, 출력 4.4달러)과 비교해 저렴한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미 딥시크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기업 BMW는 올해 연말부터 중국 시장에서 출시하는 신규 모델에 딥시크의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딥시크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의 클라우드 기반 AI 개발 플랫폼에 딥시크의 모델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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