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실에 설치된 로봇은 최중증 장애인도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실용성이 높습니다. 인터페이스를 조금만 바꾸면 휠체어에서 목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혼자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죠.”
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별관 연구동. 스마트 병실에 설치된 로봇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리모콘을 집어 올렸다. 집게손이 바닥까지 닿아서 물건을 집더니 팔을 뻗어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줬다. 중증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이 로봇은 미국의 한 장애인이 직접 만든 것으로 국립재활원 연구동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은 “연구실증을 거쳐 제품화에 성공하면 여러 대를 동시에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노인·중증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재활원은 2019년부터 장애인·노인 돌봄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 ‘스마트돌봄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동, 목욕, 배설, 모니터링, 이승, 욕창관리, 식사, 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AI) 챗봇 등 11가지 분야 돌봄로봇 서비스의 R&D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주거 공간 콘셉트의 1~3차 스페이스를 선보였다.
기자가 찾은 공간은 최근 병실 콘셉트로 오픈한 4차 스페이스다. 공간 속 침대 근처에는 곳곳에 환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어 낙상 여부, 수면의 질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병실에 설치된 대형 터치스크린은 터치 한 번으로 침대시트나 이불 교체를 요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립재활원은 4차 스페이스와 함께 목욕로봇도 도입했다. 목욕로봇은 미세한 물줄기인 미스트를 분사하는 로봇이다. 이용자가 로봇 안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세신모드를 가동해 물칠, 비누칠, 헹굼까지 할 수 있어 진짜 목욕을 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돌봄로봇들을 이용해본 장애인·노인 등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송 과장은 “근육병에 걸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목욕로봇을 실험적으로 이용해 본 뒤 ‘20년만에 목욕을 제대로 해 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며 “보호자들의 부담이 큰 목욕 돌봄을 돕기 위해 향후 시설, 병실, 가정 등에서 목욕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진규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연구사 역시 “스마트돌봄스페이스는 비장애인들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국립재활원은 현재 실증 중인 돌봄로봇과 서비스들을 앞으로 5년 내에 제품화 할 계획이다. 식사 로봇은 환자의 팔에 붙여 식사를 돕는다. 배뇨·배변 양상을 관리해서 중증 배뇨장애를 예측하거나 배설을 유도할 수 있는 로봇도 있다.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인공 근섬유를 내장해 옷처럼 입은 상태에서 거동을 보조하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보행은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야외 산책을 다나기도 한다. 정 과장은 “AI가 제품개발에 속도를 붙여준다면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다”며 "배설과 식사 로봇은 이르면 3년 안에도 제품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의장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봄로봇 생태계가 조성돼 사람과 로봇, 로봇과 로봇 간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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