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확대에 따른 정부 부채 부담 우려가 가중되면서 국고채 금리 차가 연일 확대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내년 국채 발행 규모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장기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며 오버슈팅(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현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4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금리 차)는 48bp(1bp=0.01%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 2월 28일 기록한 연중 최저점인 14bp 대비 34bp 증가한 수치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3년물과 달리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며 격차를 키웠다. 5일 기준 10년물 금리는 연 2.891%로 한 달여 새 32.8bp 급등했다.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건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침체된 내수를 부양하고 미국발(發)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 규모 확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정 규모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공급량 증가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며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앞서 지난달 국회에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추경 규모로 35조 원 이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추경 규모 확대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불안도 존재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선반영에도 불구하고 추경 규모가 시장이 생각했던 10~15조 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장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추경 규모가 확대될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이 감소하며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급격한 채권 금리 변동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언급한 수준의 슈퍼 추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정치적 의지는 수치화 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라는 조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부터는 2차 추경 규모와 내년 예산안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금리 오버슈팅 가능성도 분명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 데이터를 감안한다면 10년물 금리 2.9% 수준에서는 매수 관점에서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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