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낸드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주도하는 중국 메모리 굴기는 구형 시장을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을 통해 쌓아 올린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텃밭까지 위협하며 국내 업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국내 기업이 사활을 걸고 있는 HBM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HBM은 범용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가 이동하는 통로를 대폭 넓힌 제품으로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AI 반도체로 쓰인다.
중국의 HBM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 회사는 CXMT다. CXMT는 올해 말까지 4세대 HBM 제품인 HBM3 양산을 위한 인증 절차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CXMT는 베이징과 허페이 등 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이 거점을 통해 HBM 생산능력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계가 현재 최선단 제품인 5세대 HBM(HBM3E) 역시 2년 내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이 첨단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파괴력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간 중국 업계는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했는데 HBM과 같은 고부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재정 자립도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더욱 공격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은 D램 출하량의 5% 수준이었지만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압도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 내 충족되지 못한 HBM 수요는 더 증가할 텐데 이 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해소하고 이후 세계 무대로 진출할 힘을 축적하면 향후 HBM 경쟁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혁신으로 역시 급변 중인 낸드 시장에서도 중국 공세는 만만치 않다. 중국 YMTC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294단 낸드를 양산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으며 독자적인 하이브리드본딩 기술은 국내 기업들도 이들 특허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한편 중국은 R&D 투자에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유럽 등 경쟁자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도 R&D 투자 비중을 높였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체 반도체 매출 대비 9.2%를 R&D에 투자했다. 전년(7.6%) 대비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주요 반도체 산업국인 미국(19.3%→17.7%), 일본(12.0%→5.7%), 유럽(14.0%→10.8%)이 비중을 줄인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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