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어갈 첨단기술인 우주와 양자 분야에서도 한국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캐나다·인도에 비해서도 기술 역량이나 인재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 입수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싱크탱크인 벨퍼센터가 발간한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6개국 중 양자와 우주 분야에서 각각 12위(23.1점)와 13위(16.8점)에 그쳤다. 인공지능(AI·9위)과 바이오(10위) 산업에서는 10위권에 들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캐나다 등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5위(26.9점)를 차지했지만 일본(30.1점)과 대만(28.8점)을 앞서지는 못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양자 분야에선 인력에서 한국은 0.2점으로 2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15점), 러시아(10.2점), 중국(7.5점) 등 주요국과 격차가 특히 컸고 캐나다(3.5점)와 일본(2.3점)에 비해서도 뒤졌다. 벨퍼센터는 “2023년 기준 한국의 양자 전문인력은 499명에 불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중심의 클러스터 확대와 글로벌 인재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자 정밀 센싱 기술평가 점수에서는 2.4점으로 2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미국(11.8점)의 5분의 1 수준이고 일본(5.9점)과 영국(5.7점)에 비해서도 절반에 못 미쳤다. 논문 발표 실적 면에선 2.5점(20위)을 기록하며 미국(10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우주산업에서는 기술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민간 우주산업 기반 항목에서 한국은 0.1점으로 21위에 머물렀다. 미국이 10점으로 1위, 중국(3.5점)과 러시아(2.8점)가 뒤를 이었다. 우주보안 분야에서도 0.2점으로 조사 대상 26개국 중 23위에 그쳤다. 러시아(10.8점)와 미국(10점), 중국(9.2점)이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2.5점)과 프랑스(2.3점), 인도(1.7점)에도 크게 밀렸다.
벨퍼센터는 한국의 우주산업에 대해 정부 주도 성격이 강한 것을 과제로 지적하면서 상업용 우주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창업 지원과 투자 유치 및 기술이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우주산업 관련 예산은 10억 달러로 점유율이 0.8%에 불과했다. 미국(797억 달러·59%)과 중국(199억 달러·13.8%)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일본(68억 달러·5%)과 인도(19억 달러·1.4%)와도 적잖은 격차를 보였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완전자율주행과 드론·우주 등 첨단 전략산업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도 개발·생산 역량이 떨어진다”면서 “중국은 뒤처진 제조업에서 ‘물량’ 동원이라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극복이 어렵다. 산업 기반이 아직은 갖춰져 있는 만큼 혁신 시장을 키울 수 있게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