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92조 9000억 원으로 전분기(62조 6000억 원) 대비 30조 3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분기 기준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가 특정 기간 동안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운용액에서 조달액을 뺀 값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순운용(+) 상태로 여윳돈을 예금,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며,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나 정부의 순조달(–) 부문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둔화 등으로 여유 자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예치금이 49조 7000억 원 증가했고, 국내외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액은 29조 3000억 원 늘었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9.4%로 전분기(89.6%)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대를 기록한 건 2019년 4분기(89.6%) 이후 약 5년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2분기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거래가 늘어 가계부채 증가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 7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분기(16조 2000억 원)보다 확대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 둔화에 따라 투자 활동은 위축됐지만 상여금 지급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정부는 40조 2000억 원의 순자금조달을 기록하며 전분기(3조 9000억 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이는 세입 증가폭보다 세출 증가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정부가 미리 자금 조달을 통한 지출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달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2분기와 3분기 추경을 실행할 예정이라 앞으로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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