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들이 서로 얼마나 잘 섞여 튼튼한 합금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직접 실험해보지 않고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크리스 울버튼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밀도범함수이론(DFT) 기반의 형성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해 합금이 녹을 때 성분이 유지되는지를 예측하는 고정확도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APL 머신러닝’ 5월호에 ‘특집 논문’으로 게재됐다.
자동차와 기계 부품 등에 사용되는 합금은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이 녹아 서로 결합해 만들어진다. 금속들이 녹아서 서로 얼마나 잘 섞이는지를 나타내는 융해 특성이 합금의 소재 특성으로 이어진다. 기존에는 이 같은 특성을 알려면 고온에서 직접 실험해봐야 했다.
연구팀은 합금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나타내는 값인 형성 에너지를 밀도범함수이론이라는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형성에너지와 기존 실험으로 얻은 융해 데이터 4536개를 학습시킨 AI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합금 특성을 82.5% 정확도로 예측해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AI의 판단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샤플리 기법을 활용해 모델의 주요 특징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형성에너지 곡선의 기울기 변화’가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가 고엔트로피 합금이나 초내열 합금 등 실험이 어려운 소재 군에서 매우 유용하며 향후 복잡한 다성분계 합금 설계에도 확장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산과 실험 데이터, 그리고 머신러닝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경험적 합금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예측적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향후 생성형 모델, 강화학습 등의 최신 AI 기술을 접목하면 완전히 새로운 합금을 자동으로 설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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