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비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나선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과 완성차 판매 1위 기업이 중국이 휩쓸던 LFP 배터리 시장에 공식 진출하는 것이다. 두 회사의 합작으로 미국 LFP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전망이다.
LG엔솔과 GM이 합작해 설립한 얼티엄셀즈는 14일(현지시간) 저비용 제품인 LFP 배터리 셀을 2027년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LG엔솔 관계자는 "GM과 얼티엄셀즈에서 차량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 절차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얼티엄셀즈는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해 올 연말부터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Spring Hill)에 위치한 2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환할 방침이다. 얼티엄셀즈의 스프링힐 공장은 당초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양극재 배터리 생산시설로 건립됐다. 하지만 얼티멈셀즈는 최근 생산 계획을 변경해 LFP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얼티엄셀즈의 LFP배터리 생산 결정은 GM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근 전기차 관련 정책을 급격히 바꾸기로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감세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3일 상원을 통과해 전기차 1대 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이 오는 9월 말로 종료된다. 보조금이 끊기면 전기차 구매자들의 부담이 커져 비싼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주행거리가 짧지만 NCM배터리보다 가격이 최대 30% 싼 LFP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로 라인업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포드가 중국 CATL과 기술 라이선스 협약을 통해 미시간주 마셜 공장에 LFP 생산 라인 건설에 돌입했다. 포드와 치열한 경쟁 관계인 GM도 LG엔솔과 합작사인 얼티멈셀즈를 통해 LFP를 생산하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LFP 전기차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30%)인 LG엔솔이 합작사를 통해 LFP 생산을 공식화하면서 미국 배터리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LG엔솔에 이어 삼성SDI(006400), SK온도 LFP 시장 진출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과 삼성SDI(11%), SK온(13%)을 포함하면 1분기 기준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배터리 시장의 절반(54%)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CATL은 미국 점유율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LG엔솔에 이어 삼성SDI, SK온도 LFP 시장에 뛰어들면 고율의 관세(25%)를 물고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위상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삼성SDI와 SK온의 전기차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이 시간 문제라고 평가한다.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협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위기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겐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고객사(완성차)의 생산 계획과 주문이 있으면 양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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