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반도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 흐름이 엇갈린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의 투자 전략도 다르게 나타났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하며 보유율이 50%대를 회복한 반면, 개인은 ‘빚투(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SK하이닉스 순매수에 나섰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 877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삼성전자 총 순매수액(7130억 원)을 이미 두 배 이상 넘겼다. 이에 18일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50.19%로 올 4월 24일(50.00%) 이후 3개월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서 과거 H20용 메모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를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그간 삼성전자를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5~6월 순매수에서 전환해 이달 들어 301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11일 장중 처음으로 30만 원을 돌파했으나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시장 경쟁 격화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가격이 내년에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대거 매물이 쏟아졌다.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2.2% 오른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7.9% 내렸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를 1조 2330억 원어치 순매수하고, 삼성전자는 2조 315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빚을 내가면서까지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17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3951억 원으로 지난달 말(3052억원) 대비 3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신용잔고가 8340억 원에서 8138억 원으로 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용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받자 매수 기회라 여긴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증권가 의견이 엇갈렸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HBM 시장 구도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주가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며 “SK하이닉스 주가는 (작년 9월 저점까지)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시장 개화 초기에는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시장 독점 구도가 유지된 것과 달리 내년 개화가 예상되는 6세대 메모리 HBM4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과 후발주자들과의 기술 격차 축소 등에 독점 구도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평균판매단가(ASP)는 올해보다 5% 하락해 시장 우려 대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과 중국용 AI 칩에 대한 수요를 제외하더라도 과잉 공급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연구원은 “삼성전자 대비 SK하이닉스 프리미엄이 축소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이는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축소가 아닌 삼성전자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으로 봐야 한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이번 조정은 과도한 우려로 인한 것이며 매수 기회로 활용하기를 권장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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