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현장면접 부스 앞,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긴장감이 흘렀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면접관들이 정면에 앉아있고, 맞은편에는 앳된 얼굴에 양복 차림의 구직자들이 반듯하게 앉아있다. 호명을 기다리는 구직자들은 형광펜이 칠해진 서류를 손에 든 채 예상 답변을 입으로 되뇌었다.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열린 20일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금융권 취업의 꿈을 안은 청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박람회에는 은행·증권·보험·핀테크·공기업 등 총 80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는 프로그램은 단연 ‘현장면접’이었다. 각 금융사들의 인사 담당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사전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면접이 진행돼 실전처럼 면접을 치러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은행권은 현장면접에서 우수면접자로 선발될 경우 공채 시험에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고 있다. 한 시중 은행의 현장면접을 마친 박 씨는 “1차 전형 패스는 취준생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다른 금융사의 현장 면접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금융권 현직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박람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인터넷에서 공유되지 않는 양질의 취업 정보를 구할 수 있고 개별 상담을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라는 것이다. 군복 차림으로 박람회장을 찾은 이 씨는 “여길 오려고 휴가를 냈다”며 “올해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늘어나는지, 다른 취준생들은 어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해 찾게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강 씨도 “(고졸 취업 전용 부스가 있으니) 박람회를 가보란 선생님의 추천으로 왔다”며 “금융사에서 바라는 자격증이 뭔지 물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면접 이미지 컨설팅’ 부스도 운영됐다. 면접 당일 적절한 화장법, 헤어 스타일링, 복장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어 구직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박람회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확보할 기회다. 9년째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 홍보뿐 아니라 매년 구직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이런 비판을) 기회로 삼으면 청년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 채용의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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