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으로 내정된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은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1962년생인 박 내정자는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대통령과는 당시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산은에 입사해 기아그룹 전담 태스크포스(TF)팀, 대우중공업 전담TF팀 등을 맡으며 구조조정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이후 법무실 준법감시팀장·송무팀장·법무실장을 거쳐 2017년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돼 2019년까지 근무했다. 퇴임 이후에는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지냈다.
산은 내부 출신이 회장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당초 전직 금융 관료가 하마평에 올랐지만 예상을 벗어난 인사에 시장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 회장은 주로 정치인이나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가 맡아왔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이 산은 회장을 맡았을 만큼 상당히 비중 있는 자리다. 직전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냈던 강석훈 전 국회의원이 산은 회장을 지냈다.
박 내정자는 내부 출신으로 구조조정 업무에 밝은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전직 관료나 힘 있는 정치인들이 회장 자리를 맡았는데 예상을 벗어났다”면서 “중앙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 박 내정자 선임을 위해 조직적으로 힘을 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내정자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같은 현안부터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산은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 협의를 통해 연내 구조조정 계획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산은의 10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과 미국 관세 후속 대응 방안도 과제로 남아 있다. 산은의 정책금융 공급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무 비율 안정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HMM 매각 작업도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박 내정자는 산은에서 약 30년간 재직하면서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 전문가”라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등 진짜 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에 맞춰 산은의 당면 과제인 첨단전략산업 지원 같은 정책금융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박 내정자의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산은에 이어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 인사가 조만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은은 윤희성 전 행장이 7월 퇴임한 후 두달 여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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