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공매도 ‘실탄’으로 불리는 주식 대차거래 잔액 규모가 올 들어 2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액은 전날 기준 100조 8690억 원을 기록했다. 연초 47조 3358억 원이던 잔액이 8개월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로 공매도 투자자는 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할 시 다시 사들여 갚는다. 통상 대차 잔액은 시장에서 공매도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꼽힌다.
실제로 공매도 잔액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잔액은 11조 18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3월 말 공매도 제도가 재개된 후 가장 큰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율 역시 각각 0.42%, 0.97%로 올해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간접적인 수단으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통해 대응했다. 전체 ETF 상품 중 최근 일주일간 개인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약 2992억 원이 유입됐다.
전날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 수량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미반도체(042700)(6.16%)였고 카카오페이(377300)(5.75%), 엘앤에프(066970)(4.67%), LG생활건강(051900)(4.30%), 호텔신라(008770)(4.05%)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086520)(5.87%)의 공매도 잔액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돼 있다는 판단으로 잔액이 꾸준히 늘었다"며 "앞으로는 증시 관련 정책 불확실성의 해소와 기업들의 3·4분기 실적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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