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 자동차의 품목관세를 15%로 낮추는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다. 시장에서는 품목관세 인하가 늦어질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가 매달 7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이렇게 장기간 교착된 경험은 처음이라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시한 때문에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협상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9월 말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협정이 원만히 체결되더라도 연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영국과 일본은 미국과 상호관세 합의 후 실제 인하 발효까지 각각 53일, 56일 소요됐지만 한국은 최종 합의가 교착 상태에 있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과의 경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150만 대)과 한국(143만 대)은 미국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나란히 2·3위를 기록했다. 수출액도 일본은 399억 달러, 한국은 374억 달러로 비슷하다. 이 연구원은 “7월 22일 미국과 합의한 일본은 이날부터 관세율이 27.5%에서 15%로 낮아진다”며 “이번 조치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회복과 마진 개선으로 미국 시장 내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에 막대한 관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미 수출 자동차에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005380)는 매달 4267억 원, 기아(000270)는 3364억 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양국이 잠정 합의한 15% 관세가 적용될 때보다 각각 1709억 원, 1348억 원 더 소요된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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