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을 비롯한 거시 건전성 규제 총괄 권한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중 어디로 넘길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경제성장을 담당할 재경부와 금융시장 안정을 담당할 금감위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커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두고 금감위와 재경부 사이에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거시 건전성 규제를 재경부가 기획하고 감독 업무는 금감위가 맡는 방안이 일차적으로 거론된다. 통합 금융위원회가 설립된 2008년 전에도 재경부가 가계부채 정책을 설계하고 금감위가 구체적인 관리·감독을 주도했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위의 금융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넘기고 남은 금융 감독 조직은 금감위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LTV나 DSR 같은 거시 건전성 규제는 금융 감독·정책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LTV는 금융 감독인지, 금융 정책인지 회색지대에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금융 정책·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규제를 주도하고 구체적인 실무와 금융기관 대응은 금융감독원이 맡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맡고 있던 금융 정책·감독 기능이 쪼개지면서 업무 분장 역시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가계부채 대책 측면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경부와 금감위 사이에 정책 목표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대출 건전성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보니 가계대출 정책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 경기 대응을 고려해야 하는 재경부는 다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조직의 성격만 놓고 보면 거시 건전성 규제에 대해 금감위와 재경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금융위 주도의 공격적인 총량 규제 기조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통화 정책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과 재경부·금감위 간 관계 설정 역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이후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금감원은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금융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류해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조직 개편이 끝나는 대로 F4 회의가 재정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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